대통령 탄핵, 이 엄청난 사건을 겪고서도 반성도 교훈도 없는 대한민국 정치 – 어찌할까
대통령 탄핵, 이 엄청난 사건을 겪고서도
반성도 교훈도 없는 대한민국 정치 – 어찌할까
헌정사에 다시 새겨진 '탄핵'이라는 이름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이 다시금 현실이 되었다. 대통령 탄핵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다. 이는 국가 시스템의 중대한 실패를 의미한다. 행정부 수반이 국민의 신임을 잃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는 비상 상황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것은 정치의 각성이었다. 보수든 진보든, 여든 야든, 이제는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았는가의 공방을 넘어서, 정치 전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개혁과 쇄신에 나서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치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라며 웃고 있고,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대선 승리를 거머쥘지에만 몰두해 있다. 이 엄청난 국가적 사건이 불러온 질문에 대해, 정치권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준비돼 있지 않다.
‘탄핵 이후’가 아니라 ‘대선 준비’뿐인 나라
정치권은 지금 앞다투어 대선 주자들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윤석열 정권의 종식을 완성할 후보’인지를 두고 내부 경쟁에 한창이다. 친명, 비명, 신주류, 구주류 할 것 없이 줄 세우기와 물밑 다툼이 이어진다. 대선 후보 경선은 '국민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당의 권력 재편' 수단이 되었다.
국민의힘은 더욱 가관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정당임에도, 최소한의 반성이나 사과 없이 오히려 또 다른 '윤심 마케팅'과 계파 갈등으로 당이 쪼개지는 모습이다. 친윤은 친윤대로 다음 권력을 잡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반윤은 반윤대로 대안 세력을 자처하며 또 다른 내부 투쟁을 벌인다. 대통령이 탄핵된 당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두 거대 정당 모두 이번 대선을 ‘정권의 복원’ 혹은 ‘정권의 연장’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정작 대통령이 왜 탄핵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정치가 무엇을 놓쳤는지, 국민의 분노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정치는 없다. 대선은 시작됐지만 성찰은 없고, 비전은 말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다. 정치 자체의 구조적 쇄신이고, 권력의 책임 있는 운용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내 사람 대통령 만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정권은 곧 비슷한 실패의 길을 걸을 것이고, 우리는 또 다시 분노와 좌절 속에 ‘탄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탄핵을 허비한 정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정치에게 분명한 경고를 던졌고, 동시에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그 기회를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고통과 절망을 딛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모습만이 가득하다.
이 정치를 더는 둘 수 없다. 정당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통령을 만들기에 앞서, 정치 자체를 바꿔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계파 정치에서 벗어나며, 무엇보다 국민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쇄신안을 제시해야 한다. ‘탄핵’은 단지 한 사람의 몰락이 아니라, 정치 전체가 바뀌어야 할 경고였다.
정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의 구경꾼이 되어선 안 된다. 정치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때로는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의 재건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또 하나의 ‘잃어버린 기회’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역사는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