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얘기로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김문수의 긴급 기자회견
뻔한 얘기로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김문수의 긴급 기자회견
“정치는 가장 고귀한 책임이자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말이 아니라 무게로 증명된다.” – 존 F. 케네디
긴급이라는 단어에 거는 기대
아침부터 ‘김문수 후보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속보가 떴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후보가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회견을 한다면 보통은 판을 흔들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전격 단일화 선언일까, 아니면 새로운 정책카드의 발표일까. 심지어 상대 후보에 대한 결정적 제보가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마저 돌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의 재탕, 삼탕. 새로움은 없고, 깊이도 없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한 비판은 익숙했고, 자신의 과거 업적 나열은 반복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난 뒤 남은 감정은 분노나 공포도 아닌 허탈감, 그리고 회의감이었다. 진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단 말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회견이 아니라 푸념이었다
기자회견은 말 그대로 공적 입장을 밝히는 자리다. 더구나 ‘긴급’이라면 일반적인 정무 메시지를 넘어서는 사건성과 시급성을 담아야 한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의 이날 회견은 시종일관 느슨하고, 피상적이며, 무엇보다 시대정신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회견에서 여느 때처럼 이재명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과거의 행적, 말바꾸기, 법적 리스크 등. 물론 그런 비판이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수백 번 반복된 레퍼토리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이재명 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능함과 대안, 철학과 비전, 그리고 인간적 품격이 결합된 설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김 후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자신의 과거 이력, 지사 시절의 성과, 보수운동가로서의 행보도 늘어놓았다. 문제는 그것이 오늘의 유권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오늘과 내일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어제의 얘기만 했다. 이 회견은 국민에게 말을 건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억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했다.
“사람은 과거를 살지만, 지도자는 미래를 말한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게다가 태도 또한 실망스러웠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피하거나 얼버무리는 모습이 있었고, 말투와 표정에는 절박함이나 진지함보다는 피곤함과 습관이 느껴졌다. 국민 앞에서 비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녹음을 되풀이하는 듯한 기시감만 가득했다.
반장선거보다 못한 대통령 선거의 풍경
오늘 회견을 보며, 대통령 선거라는 이 나라 최고의 정치 행위가 마치 중학교 반장선거처럼 퇴행한 느낌을 받았다. 말보다 태도가 가볍고, 준비보다 명분만 강조되는 이 흐름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위기다. 특히 선거 막판의 이런 행보는 유권자들에게 절망을 안긴다.
물론 후보 한 명의 부실한 회견이 곧 정치 전체를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김문수 후보가 현재 유력 보수 단일 후보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보여주는 이 무기력함과 진부함은 곧 보수 진영 전체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준비 없이 나섰고, 책임 없이 말하고, 미래 없이 과거를 반복하는 모습이 그들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라면 마땅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누구보다 국가를, 공동체를, 국민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 김 후보에게서 그런 진지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말했듯, 과거의 김문수에 머물러 있었고, 오늘의 김문수로는 미처 태어나지 못한 듯했다.
“지도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 사이먼 시넥
오늘 기자회견은 단지 실망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권자에게 ‘과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될까’라는 깊은 회의를 던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질문에 확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통령은 한 사람의 경력이나 말솜씨, 또는 당의 간판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무게다. 그 무게를 감당할 철학도, 실력도, 자세도 없는 회견을 마주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나라의 정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오늘이라도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하길 바란다.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한 반전은 없다. 유권자는 신선한 충격을 바란다.
#김문수기자회견 #대통령선거 #정치실망 #대안없는정치 #반복되는말
#긴급회견무의미 #정치불신 #김문수비전없음 #보수의위기 #유권자의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