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날 – 현실에서 시작된 이상
대통령이 된 이재명, 기대와 긴장의 교차점
2025년 6월, 한국의 대통령 집무실에는 새로운 얼굴이 들어섰다. 전 경기도지사이자 지난 대선에서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 이재명이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보수 세력의 결집과 탄핵 정국이라는 격랑을 지나, 국민은 ‘강한 추진력’과 ‘현장 정치’로 상징되는 이재명에게 나라의 운전대를 맡겼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기대만큼이나 불안을 동반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무엇을 시작했고, 무엇을 끝내려 하는가? 그 첫 걸음을 되짚어 보는 것은 앞으로의 5년을 상상하는 출발점이 된다.
'실용과 정의'의 시험대에 오른 첫 행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식은 전통적인 격식을 일부 깨고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기획되었다. 취임사에서 그는 "기득권과의 타협 없이 민생을 돌보겠다"며 ‘실용과 정의’를 내세웠다. 이것은 이재명이 그간 정치 여정에서 일관되게 말해 온 슬로건이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첫날의 공식 일정은 민생 중심이었다. 대통령은 청와대 대신 용산 집무실로 직행하지 않고, 서울의 한 구도심 공공임대주택 현장을 찾았다. 그는 낡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곳이 바로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외교 무대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찾은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그는 ‘긴급 민생 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가계 부채와 청년 실업 문제를 언급했다. 첫 번째 지시사항은 중소기업 긴급 유동성 지원과 공공일자리 확대였다. 거창한 비전보다 ‘지금 당장’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외교적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정상에게 각각 “상생과 실용의 한반도 외교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일본 총리에게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래지향적 해법을 찾되, 원칙은 분명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강경과 유화 사이의 외줄타기 외교를 예고하는 첫 신호였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공존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이력은 뚜렷한 팬덤과 강한 비토를 동시에 가진 ‘양극단’의 상징이었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지나치게 보인다면, 국정의 균형은 금세 흔들릴 수 있다. 그의 첫날은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였지만, 동시에 그가 얼마나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시험받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도자의 자리는 말이 아니라 무게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날은 ‘변화의 상징’이었다.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 약자의 현장을 찾는 행동, 민생과 실용에 집중하는 기조는 분명 ‘새로운 정부’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결과이고, 변화의 진정성은 시간이 말해 준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야당의 리더였던 그가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서면서, 기존의 비판자에서 설계자로 탈바꿈해야 한다. 타협 없는 개혁은 독선이 되고, 속도만 빠른 추진력은 충돌을 낳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날은 거창한 약속보다, 얼마나 국민 곁에 있으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는 그 진심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는 데서 정당성을 얻는다.” — 존 F. 케네디
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지도자로 기억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첫날의 발걸음이 ‘변화’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의 시간이 이제 막 시작됐다. 그리고 그 시간은 국민의 눈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