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여, 해명하지 마라 – 국민은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판단한다
정치인의 말은 ‘의도’가 아닌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치는 말과 행동의 예술이다. 그 말과 행동이 대중 앞에 선명하게 노출되는 순간부터, 정치인은 더 이상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정치인의 언어는 단지 '의도'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 받아들여지는 '맥락',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의해 평가된다. 때문에 정치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언행의 절제’이며, 가장 큰 실수는 ‘뒤늦은 해명’이다.
해명은 때로 변명처럼 들린다
최근 김문수 후보와 한 소방관과의 통화 내용이 다시금 공론의 장으로 올라왔다. 국민들의 반응은 간단명료하다. “정치인의 말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해명에 나섰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 “취지가 왜곡됐다”, “전후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의 말이 때로는 앞뒤 문맥 없이 잘려 나가고,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은 정치인의 '의도'가 아니라, '결과'를 본다는 점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어떤 심정으로 했는지, 어떤 정무적 계산이 있었는지까지 이해하고 받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각자의 생계와 고민으로 바쁜 국민들에게, 정치인의 해명은 때로는 변명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정치인의 말은 처음부터 깔끔해야 하며, 실수가 있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 있다. 정치인이 실언이나 부적절한 행동을 한 뒤, 대중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자회견을 열거나 방송에 출연해 해명에 나선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 뜻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건 일부분만 편집된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 직업을 존경한다.” 그러나 국민은 이미 판단을 내린다. 그 발언이 나올 때의 표정과 태도, 분위기와 단어 선택까지 포함하여 전부를 듣고 본 후, ‘그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정치는 신뢰의 산업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 마음은 신뢰라는 감정의 결과다. 국민은 완벽한 지도자를 바라지 않는다. 실수하지 않는 정치인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지도자는, 자기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언어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해명이 아니라 책임이 정치인을 구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정치인은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는 정치인이 아니다. 국민은 이미 수많은 설명에 지쳐 있다. 국정농단이든, 부적절한 발언이든, 의혹이든, 그 뒤에는 언제나 익숙한 변명의 레퍼토리가 따라온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 사실은 이런 배경이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민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정치 혐오는 깊어진다.
때때로 어떤 말은 단 한 마디로 지도자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제 불찰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국민은 마음을 열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기 언어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리더에게 국민은 더 관대해진다. 정치인의 언행은 정치인의 품격을, 더 나아가 국가의 수준을 대변한다. 언행이 깔끔한 지도자를 국민은 기억하고, 다시 선택한다.
김문수 후보 개인에게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발언이 왜곡됐을 수도 있고, 대화의 전후 문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을 처음 들은 대다수 국민이 어떤 인상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정치인은 국민의 감정 위에 서 있는 직업이다. 아무리 진심으로 한 말이라도, 국민이 불쾌하게 느꼈다면 그 말은 실패한 것이다. 그 순간, 최선의 태도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국민이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다.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는 논리적 해명보다 도덕적 책임을 우선하는 사람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언어를 통해 마음을 잃었다면, 그 언어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용서를 구하되, 해명하지 마라. 정치인이여, 국민은 당신의 말보다 눈빛과 태도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