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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넘어서는 가치, 공존 - 이제는 통합이 아니라 공존의 시대이다

그래도 믿을 건 정치다 2025. 5. 28. 06:43

 

 

이제는 통합을 넘어서 공존의 시대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의견을 말할 권리는 끝까지 지켜주겠다."

이 말은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했다고 알려진,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한때 우리는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기를 원했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가치. 그 이상은 '갈등'으로 규정되었고, 그 이하도 '비정상'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 통합의 구호가 갖는 이면의 권위성과 폭력성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통합은 소중한 가치다. 다름을 하나로 모으고, 불협을 조화로 바꾸려는 노력은 공동체의 기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 이상으로 복잡하고 다채롭다. 성별과 세대, 지역과 계층, 정치와 종교, 삶의 방식과 세계관까지 — 우리는 너무나 다양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 다름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억압이다. 통합이란 이름으로 타인의 존재를 삭제하려 드는 그 순간,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통합의 그늘, 공존의 빛

통합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침묵시키기 쉽다.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표준과 정답을 강요한다. 한국 사회에서 '통합'이라는 말이 정치인의 단골 레퍼토리로 쓰인 것도 그 때문이다. ‘좌우를 통합하겠다’, ‘세대를 통합하겠다’, ‘남북을 통합하겠다’는 말은 늘 정권 초반, 힘이 막 생길 때 나온다. 통합이란, 누군가가 힘을 쥐고 상대를 포용하는 구조다. 결국 그것은 '우리가 너를 받아줄게'라는 수직적 권위의 언어다.

그러나 공존은 다르다. 공존은 상대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힘의 위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공존의 핵심은 ‘함께 있음’ 그 자체에 있다. 강요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다름을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공존은 포기와 타협이 아니라, 경청과 존중에서 출발한다.

한국 사회, 공존을 배워야 할 때

한국 사회는 지금 갈라져 있다. 진보와 보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남성과 여성,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정규직과 정규직.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따지기보다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통합의 구호가 진정한 해답인가?

이제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공존의 철학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법, 충돌을 관리하는 법,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통합은 더 이상 만능의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허울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집단적 강요가 아니라, "각자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존엄의 인식이다.

정치도, 교육도, 미디어도 공존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제는 ‘국민 통합’을 외치기보다 ‘국민 공존’을 설계할 시간이다. 갈등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되 관리해야 한다. 정답을 강요하지 말고, 해석의 다양성을 허용해야 한다. 삶의 방식은 무한하다. 다양성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을 감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숙한 사회가 된다.

공존은 멈추지 않는 실천이다

공존은 단순히 생각의 변화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제도화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국회에는 진짜 사회적 소수자가 들어와야 하고, 언론은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하며, 교육은 표준화보다 다름의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감정이 다른 학생을 외면하지 말고, 직장에서 ‘문화적 합’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을 획일화하지 말아야 한다. 공존은 철학이자 정책이고, 태도이자 기술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존엄을 공유한다. 공존은 그 존엄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 마야 안젤루

우리의 다름이 위협이 아닌 자산이 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분명히 더 강해질 것이다. 통합의 깃발 아래 숨죽이며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공존의 광장에서 서로의 다름을 자랑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언어

“이제는 통합이 아니라 공존의 시대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우리는 이제 누구도 완전히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다. 배가 다르면 목적지도 다르고, 항해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그 다른 배들이 같은 바다 위에서 충돌 없이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공존하는 사회’일 것이다.

이제 묻는다. 당신은 통합을 원하는가, 아니면 공존을 감수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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