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가장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게임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혹은 어떤 유튜브 영상을 클릭할지. 대부분의 선택은 즐거움이나 취향, 순간적인 관심에 따라 이뤄집니다. ‘재미’라는 감정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실제로 그 감정은 많은 창조적 활동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 하나. ‘정치’만은 예외입니다.
재미로 하는 정치, 유희로 소비되는 정치, 팬덤으로 변질된 정치참여. 이 모든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한 사회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잘못된 길로 이끌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공적 영역’이며, 우리의 삶, 우리의 미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삶까지 결정짓는 중대한 결정의 연속입니다.
정치가 '재미'로 휘둘릴 때 벌어지는 일들
1. 정책보다 인물에 집중되는 미디어 구조
TV나 유튜브, SNS 등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치는 점점 ‘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더 말재주가 좋은가, 누가 더 자극적인 언어를 쓰는가, 누가 더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하는가가 초점이 되곤 합니다. 정작 후보가 어떤 정책을 내놓고, 그것이 어떤 논리와 근거에 기반했는지는 뒷전입니다.
재미로 정치를 소비하는 유권자들은 깊이 있는 검증 대신 ‘팬심’으로 인물을 지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치구도는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고, 정당한 토론을 ‘배신’이나 ‘내부 총질’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낳습니다.
2. 선동과 혐오, 극단이 일상이 되는 사회
정치가 재미의 대상이 될수록, 자극은 강도를 더합니다. 자극은 혐오를 낳고, 혐오는 사회를 분열시킵니다.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놓고, 비판적 사고보다 충성심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클릭을 위해 극단적 메시지를 확대하고, SNS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사고를 ‘확증편향의 감옥’에 가둡니다.
이 모든 것은 정치가 아닌 정치 ‘놀이’의 산물입니다. 민주주의는 유희가 아닙니다. 혐오와 선동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공론장의 파괴입니다.
3.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반작용
반대로, 정치가 지나치게 유희화되거나 팬덤화되면, 오히려 대중은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무관심으로 돌아섭니다. "어차피 똑같다", "누굴 뽑아도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그저 냉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입니다. 재미로 접근했던 정치가 결국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정치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1. 정치는 '공적 책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정치는 사적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치인은 단지 ‘우상’이 아닌 ‘공복’이며, 유권자는 ‘팬’이 아닌 ‘시민’입니다. 시민은 감시하고, 질문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이는 선거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 우리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일입니다.
2. 정책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정치적 선택의 기준은 ‘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여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선택의 무게는 엔터테인먼트가 주는 쾌감보다 훨씬 깊고 무겁습니다.
3. 지속적인 관심과 학습이 필요하다
정치란 정해진 정답이 없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과 학습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정이나 정책 배경, 예산 구조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중요합니다. 나아가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정치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진지함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정치는 지루하고 복잡하며 때로는 실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재미’를 찾아 그 안에서 위안을 얻으려 합니다. 하지만 정치란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정치는 나의 월급, 아이의 교육, 부모님의 건강,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돌아다니는 도로, 전쟁과 평화, 사회의 공정과 기회의 문제까지 영향을 줍니다. 정치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정치가 우리 삶을 뒤흔듭니다. 역사는 그것을 반복해서 증명해왔습니다. 정치는 가장 진지하게 해야 할 ‘게임’이며, 우리는 그 결과를 함께 감당해야 할 ‘플레이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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