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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중도가 설 자리는 없다 – 중도란 보수와 진보의 타협의 결과일 뿐이다

그래도 믿을 건 정치다 2025. 5. 27. 17:42

 

 

대한민국에 중도가 설 자리는 없다 – 중도란 보수와 진보의 타협의 결과일 뿐이다

“중도는 없고, 오직 중심으로 몰린 극단만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꿰뚫는다. 대한민국에서 '중도'라는 정치는 언제나 매력적인 정치 브랜드로 포장되어 왔지만, 실상은 공허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와 균형을 상징하지만, 실체는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의 정치적 절충안, 혹은 그 실패의 부산물일 뿐이다.

중도는 중심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이다

대한민국에서 중도 정치가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은 대개 양극단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았을 때다. 김대중-김영삼의 3김 정치 이후, 권위주의 보수와 급진적 진보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자 '중도'라는 정치 브랜드는 새로운 가능성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정작 그 중도를 표방한 정치 세력은 좌우 진영에서 밀려난 정치인들의 피난처 역할에 그쳤다.

한때 안철수의 "새정치", 손학규의 "실용주의", 유승민의 "보수개혁"은 모두 중도정치의 한 형태로 불렸지만, 그 누구도 중도를 스스로의 정치 철학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중도는 그저 좌우를 조금씩 빌려온 얼룩이었고, 그 안에 명확한 비전이나 철학은 부재했다.

토마스 제퍼슨: "의견의 차이는 진실의 존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중도는 진실에 다가가기보다, 차이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중도의 이중 딜레마

첫째, 정체성의 모호성이다. 중도는 진보의 가치를 일부 수용하면서 보수의 원칙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가 첨예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이러한 절충은 양쪽 모두에게 “회색 분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도와 진보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며 좌우 모두의 비판을 받았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둘째, 현실 정치의 구조적 한계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이며, 정치 권력은 승자독식 구조다. 결국 유권자는 선택의 순간에 '명확한 편'을 요구받는다. 중도는 애매함으로 인해 이 선택의 흐름에서 배제되기 쉽다.

나폴레옹: "정치란 가능성의 예술이다."

그러나 중도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너무나도 애매했고, 너무 자주 침묵했다.

중도주의자는 없다 – ‘중도’는 하나의 뿌리 없는 잡종일 뿐

대한민국 정치에서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분명한 정치적 뿌리와 철학을 지닌다. 진보는 변화와 평등을, 보수는 질서와 전통을 중시한다. 그러나 ‘중도주의자’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하고 모순적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도주의자는 독립된 사상이나 철학에 기반한 존재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 중 하나에서 파생되었거나 둘을 전략적으로 혼합한 임시적 정치 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중도는 정체성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 위치일 뿐이다.

실제로 자칭 ‘중도’ 정치인들을 살펴보면, 그들 대부분은 원래 보수 혹은 진보 진영 출신이다. 스스로 뿌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 기존 진영에서 밀려난 후 포장된 정치적 탈피안에 불과하다.

한나 아렌트: “중립은 진실이 없는 공간이 아니라, 진실을 회피하는 공간이다.”

중도는 객관성을 주장하지만,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밝히지 않음으로써 철학이 아니라 회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 중도의 실체는 ‘보수의 실패’ 혹은 ‘진보의 좌절’

대한민국 정치에서 중도가 등장할 때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보수가 실패하거나, 진보가 좌절했을 때다. 중도는 자생적으로 힘을 모아 세를 확장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의 붕괴를 틈타 탄생한 틈새 시장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가 와해되고,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중도정당의 시도들이 이어졌지만, 그 누구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중도는 타협의 산물이었지만, 타협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았다. 그저 "양쪽 다 틀렸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존재의 명분을 주장했지만, 결국 스스로 무엇을 옳다고 믿는지는 끝까지 밝히지 못했다.

명확한 신념 없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정치는, 결국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한다.

중도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중도란 철학이 아니라 전략일 뿐이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에서 순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정치 철학과 세력,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중도란 늘 누군가의 그림자였고, 패배한 정치의 위장막이었다.

버락 오바마: "우리는 흑과 백 사이의 회색지대가 아닌, 선과 악 사이에서 옳은 것을 택해야 한다."

결국 대한민국 정치에서 중도는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나 보수와 진보의 타협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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