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버릴 줄 아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준다. 이준석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결단’이다.
'정치의 말'보다 중요한 '정치의 결단'
이준석은 현 시대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젊고, 논리적이며, 말을 잘한다. 전통적 정치권과 다른 감각을 지닌 그는 보수 진영 내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준석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의 이준석은 과거의 자신이 던졌던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 큰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장벽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홍준표의 그늘’이다. 본인은 그곳이 양지라고 착각, 득이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홍준표라는 그늘, 그곳을 당장 벗어나라
이준석은 정치적 후광 없이 시작했지만, 후원을 통해 성장했다. 처음 그를 주목받게 한 건 박근혜였지만, 이후 정치적으로 손을 내민 인물은 홍준표였다. 노원병 전략공천, 보수 비주류 연대 등 이준석의 정치적 기반을 실질적으로 제공한 사람이 바로 홍이다. 이준석 본인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정치적 은혜’가 지금도 계속 유효하냐는 데 있다. 홍준표는 수차례 대선에 도전했고, 그때마다 야권의 대표 주자가 되지는 못했다. 불같은 언변과 직설적인 화법, 도발적인 메시지는 일부 유권자에게 통쾌함을 줬지만, 외연 확장의 한계로 인해 결국 ‘지역 정치인’으로 남았다. 지금은 대구시장이라는 권한 속에서도 중앙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최근 홍준표가 하와이에 체류하며 이준석에게 '정치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지 마라'는 식의 조언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준석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치 '원로 정치인'처럼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듯 전달하는 방식은 이준석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리는 그림자가 될 뿐이다. 이는 외부에 ‘이준석은 여전히 홍준표의 정치적 영향권 안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그의 차세대 리더로서의 가능성에 불필요한 족쇄를 채운다.
더 큰 문제는, 이준석의 정치 스타일이 점점 ‘옹고집’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는 절대 틀리지 않으며, 한 번 정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태도는 젊은 패기로 포장되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성향이다. 정치란 다름을 인정하고,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큰 합의를 이루는 과정인데, 그는 종종 이를 ‘타협 없는 정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한다.
하지만 옹고집으로는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자기 생각만 고수하고, 과거 인연을 끊지 못하며, 자기 이미지를 끝까지 지키려는 정치는 결국 지지 기반만 좁혀나가게 된다. 리더는 자기 고집을 관철하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옹고집 정치인의 대표적 사례가 홍준표 아닌가. 그와 비슷한 이미지로 가면 그 정도 정치인 밖에 되지 못한다.
이제는 ‘버리는 정치’를 할 때다
지키는 정치인은 많다. 자기 이념, 자기 세력, 자기 사람들, 자기 과거를 지키려 한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버리는 정치인’을 기억한다. 김대중은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사상을 버리고 김영삼과 손을 잡았다. 노무현은 지역주의를 버리고 부산에서 떨어질 것을 감수하며 출마했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대척점에 서기 위해 노무현식 정치를 재해석했고, 윤석열은 조국 수사를 감행하며 기득권과의 충돌을 선택했다. 이들은 모두 '지키는 정치인'이 아니라 '버리는 정치인'이었다.
이준석이 진짜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는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 홍준표와의 정치적 인연은 인정하되, 이제는 그와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비전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 그가 진짜로 말하는 ‘미래 보수’, ‘세대 교체’는 기성 정치와의 과감한 단절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서도 이준석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고집스레 '내 길만 간다'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그의 정치 자산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단일화를 거부하는 그 모습이 '원칙'이 아니라 '옹고집'으로 해석되면, 그는 대중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큰 리더는 원칙 속에 유연함을 갖고, 유연함 속에 원칙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것이 진짜 정치다. 고집과 신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경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치인이어야만 시대를 이끌 수 있다.
정치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에서 지도자의 품격이 갈린다. 이준석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적정한 지지율에 취해 그 그늘에서 편안함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의 태양을 만들 것인가.
“지도자는 고집이 아니라, 결단으로 판단된다.” — 이름 없는 정치인의 말이지만, 시대를 꿰뚫는다.
이준석에게는 정치적 재능도 있고, 언변도 있으며, 민심을 읽는 감각도 있다. 그러나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한 가지는 바로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결단'이다. 그것이 없다면 그는 결국 ‘영원한 반기득권 소수 정치인’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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